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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그낙’ 강동준, 도깨비 이동욱효과 “대단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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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9 19:30


[조원신 기자/사진 김강유 기자] ‘디그낙’은 어떤 브랜드인가요?라는 질문에 “다크웨어를 표방하는 남성적인 브랜드”라고 말한다. 명확하고 강렬한 컨셉만큼 브랜드 네임만 들었을 뿐인데 ‘디그낙 스타일’이 눈에 그려진다.

많은 브랜드의 경우 시즌과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 실루엣으로 화려한 룩을 선보이지만 ‘디그낙’은 언제나 특유의 다크함으로 먼저 중심을 잡고 섬세한 디테일, 신선한 포인트, 그리고 완벽한 테일러링을 더한 디자인으로 패션피플들이 열광케 한다. 그래서 디그낙은 매니악적인 성향이 강하다.

첫 서울컬렉션 준비 당시 온통 블랙이었던 그의 의상들. 컬러를 넣지 않으면 쇼에 설 수 없다는 통보에 컬러를 억지로 넣었다. 물론 대중성은 가까워졌만 자신의 옷은 아니었다고. 그러다 2012년 ‘찰리 채플린’ 컨셉으로 연출했던 컬렉션 이후부터 디자이너 강동준만의 색을 찾게 됐다. 확실하게 본래 하고 싶었던 다크웨어 쪽으로 갔고 블랙 컬러를 많이 쓰는 것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시장의 변화도 생겼다. 그 이후부터는 쭉 그만의 패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인터뷰 내내 트렌드? 신경 안 쓴다, 뮤즈? 없다, 영감을 받는 특별한 방법까지 없다고 한다. 순간 이래도 되나 싶지었지만 그렇기에 디그낙은 한결같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강동준스러움’이 물들어 점점 더 농도 짙은 빛깔을 내는 디그낙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시즌 우리가 만나게 될 그의 컬렉션은 ‘판타스마(fantasma)’.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컨셉으로 선보인다. 컨셉만으로도 벌써 기대가 모아지는 가운데 10주년을 지나는 동안 디그낙의 행보와 함께 앞으로의 디그낙에 대한 흥미로운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느덧 햇수로 12년째 브랜드를 이어오고 있다.

/ 처음에는 확실히 지금보다 열정적이었다. 그렇다고 예전보다 열정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팀원이 구성되면서 몸은 조금 더 편해졌다. 가장 큰 차이는 회사가 조금 더 커진 것?(웃음) 또 얼마 전에 이사를 왔는데 다닥다닥 붙어서 일하다가 넓은 공간으로 옮기니 팀원들도 좋아하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서 뿌듯하다.

컬렉션 막바지 작업은 잘 되가는지.

/ 지금까진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어요. 디그낙은 해외 세일즈 때문에 서울패션위크만 준비하시는 디자이너들에 비해 옷이 빨리 나오기 때문에 의상 쪽으로는 문제가 되는 게 없어요. 이제 최종 피팅을 보고 연출적인 부분을 다듬어야 될 것 같아요.

17 F/W 콘셉트와 주제는?

/ 판타스마(fantasma). 스페인어예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영화에서 시작된 건데 작년에 해외로 SS 세일즈를 하러 나가다가 비행기에서 그 영화를 본 거예요. 너무 감명 깊게 본 거죠. ‘망령’, ‘머무르는 자’, ‘떠나지 못하는 자’, 이런 뜻인데 그냥 저하고 맞는 것 같더라고요. 제 삶이랑 비슷한 점이, 저도 패션 매번 지겹다고 하는데 결국엔 여기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으니까.(웃음) 그런 걸 조금 보여주려고 잡았어요.

영감을 얻는 방법은 따로 있나.

/ 보통이 그런 식인 거 같아요. 일상 속에서 뭐 하나 꽂히면 그대로 가지고 가는 편이에요. 다시 또 바꾸려고 할 생각도 안하고 한 번 정해지면 그대로 쭉 밀고 가요. 영감을 얻으려 무언가를 찾으려고 굉장히 애쓰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닌 거 같아요.

확실히 브랜드의 컬러가 명확한 것 같다. 여타 브랜드들을 보면 그만의 색깔 보다는 분위기나 흐름을 많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 저도 초반에 어쩔 수 없이 그랬었던 것처럼 시장을 쫓아가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 탓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 브랜드가 예전 같지가 않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게 특화되서 구매했던 기억이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너졌던 것 같아요. 또 요새는 소비자 분들이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편이니까 어쩔 수 없이 디자이너들도 그 방향을 안 따를 수가 없는 상황인 것 같고. 시간의 문제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기 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들을 보면 자신만의 뮤즈가 존재하곤 한다.

/ 제가 그런 게 없어서 옛날부터 뮤즈가 있는 분들이 굉장히 궁금했어요. 저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희 옷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제겐 뮤즈인 거 같아요. 그 분들이 입고 다니는 방식이나 돌아가며 살아가는 방향이라던가, 그런 것들을 보면서 이렇게 각기 다른 삶 속에서 ‘디그낙’을 좋아해주시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 눈 여겨 보는 모델이 있는지.

/ 굳이 한 명을 말씀드리자면 에스팀의 유리라는 친구가 괜찮은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은 예전 같지 않게 괜찮은 친구들이 너무 많아져서 누구 하나 확 눈에 띄기 보다는 모델 자체가 상향평준화 된 거 같아요.

‘서울패션위크’를 상징하는 디자이너라는 수식어가 있는데.

/ 제가요? 누가 그런 수식어를. 처음 듣는데.(웃음) 제가 사실 대중적인 건 아니잖아요. 매니악한 부분이 있어서 ‘디그낙’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극대로 퍼져있는 상황은 아니고, 오밀조밀 숨어 계시니까. 그런데도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정말 감사하죠.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생각

/ 스무 차례 넘게 참여하는 동안 꾸준히 발전하는 것 같아요. 정구호 감독님이 오시면서 시스템적으로도 많은 변화도 있었고. 물론 퇴화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저는 ‘서울패션위크에서 바잉이 된다’라는 관념을 버린 지 오래됐는데,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조금씩 증명이 되는 것 같아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지난 시즌 컨셉이었던 ‘윤회’, 올해 트렌드와 잘 맞는 것 같은 지.

/ 저는 아시다시피 매니악적인 면이 강해서 트렌드를 아예 안 봐요. 트렌드 분석도 잘 안하는 편이고. 제가 만약에 트렌드를 따라 갔으면 일을 아예 못했을 것 같아요. 트렌드에 민감하신 분들은 다 따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트렌드를 따라가게 되면 디그낙의 색깔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아 일부러라도 더 둔감하게 두는 편이에요.

‘카피 제품’에 대한 생각.

/ 워낙 많아서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즐겨요. 일례로 저희 옷을 카피한 아동복을 봤어요. 너무 귀여워서 보는데 즐겁더라고요. 하나 사서 딸이랑 저랑 입어야 하나...(웃음) 정말 귀엽게 나왔더라고요.

인터넷에서 이런 글도 봤는데, 딸과 아버지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저희 카피제품을 입고 에스컬레이터를 함께 타고 올라가는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올라온 거죠. 근데 저희 옷이 뒷끈 쪽으로 유명하니까 그 사진에 어떤 분께서 댓글로 써놨더라고요. ‘아버지 것은 정품입니다’라고.(웃음) 그런 거 되게 고마운 거 같아요.

‘디그낙’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도깨비 이동욱 맨투맨’이 뜬다.

/ 드라마를 안 봐서 몰랐어요. 그 제품 같은 경우 이미 거의 완판이 돼서 리오더를 안하고 있던 제품이었거든요. 근데 방송 한 번 나가고 나서부터 전화가 엄청 오는 거예요. 공장에서도 만들기 까다로운 디자인이라 안 해주려고 했던 옷이었는데 다행히 원래 하던 곳에서 다시 진행하게 됐어요. 국내 활동을 잘 안하다보니 직접 격어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PPL이나 셀럽을 이용한 마케팅의 파워가 정말 엄청 나더라고요. 정말 많이 놀랐어요.

옷이 가진 힘도 컸던 것 같다.

/ 그 분 역할이 저승사자라고 하더라고요. 역할이랑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임펙트 있게 받아 드려진 게 아닌가 싶어요.

수많은 브랜드의 의상이 등장했는데 유독 눈에 띄었다.

/ 다행히 뒷부분을 잘 잡아주셨더라고요.(웃음)

현재 디그낙-디바이디-디바이디그낙 총 3가지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 ‘디그낙’은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브랜드의 출발점이에요. ‘디바이디’는 조금 더 대중적으로 풀어내려고 했던 세컨브랜드였어요. 그래서 조금 더 영하고 스트릿적인 색깔이 강해요. 바잉이나 해외 세일즈를 할 때 ‘디그낙’은 워낙 색깔이 뚜렷한 곳에서 많이 해 가는데 ‘디바이디’는 조금 더 다양한 곳에서 팔릴 수 있게 바잉을 하는 등의 차이가 있어요.

‘디바이디그낙’은 한국만을 위한 브랜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디그낙’, ‘디바이디’로 해외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다보니 그동안 저한테 관심을 가져주시고 다소 비싸게 구매해주신 분들에게 베풀자는 차원에서 ‘디바이디그낙’을 만들었고 오로지 국내 베이스로만 진행하고 있어요.

매출의 차이는 어떠한가?

/ 해외세일즈 만을 할 때만 해도 ‘디그낙’이 독보적이었으나 현재는 ‘디바이디’가 많이 따라와서 거의 반반이고요, ‘디바이디그낙’은 계속 떠오르는 추세였어요. 다만 해외 세일즈로 하면 한 시즌 마치고 끝나버리는데 반해 ‘디바이디그낙’ 같은 경우엔 꾸준히 나가니까 이제는 어느 정도 삼등분이 돼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디바이디그낙’은 조금 더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아까 말씀하신 ‘도깨비’ 하나로 급성장을 해버려서(웃음) 고르게 성장 중인 것 같아요.


꾸준히 해외 진출 중인데, 분위기가 어떤지.

/ 계속 상승세를 타다가 쇼를 3~4시즌 쉬니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게다가 지금 해외 시장이 너무 안 좋아요. 저희가 유럽 베이스다 보니 유럽시장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제일 타격이 컸어요. 발표 당일 제가 파리에서 쇼를 해서 세일즈를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다들 표정이 어두워지고 바이어들도 정리하고 다 가고.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다 보니 보통 그럴 땐 옷에 대한 소비를 먼저 줄이기 시작하잖아요. 빨리 다시 자리 잡기위해 런던에서 쇼를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원래는 파리 해외 컬렉션 계획이 있었다고.

/ 원래는 밀라노 패션위크를 되게 좋아했었어요. 약간 올드한 생각이지만 남성복의 입지는
파리보다 높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컬렉션하면 파리컬렉션이 넘버원이라는 생각에 파리컬렉션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밀라노에서 초청을 받아서 밀라노 패션위크를 하게 된 거죠. 근데 이태리에서 몇 번 하다보니까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걸 느꼈어요. ‘새로 온 디자이너에 대한 시선이 그렇게 오픈돼있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장소를 옮겨서 다시 파리로 가려고 내부회의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밀라노는 저희랑 정서적으로도 안 맞고 간결하며 정통성을 추구하니까. 그래서 조금 더 실험적인 파리로 갈까하다가 결론은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어렵게 시작하는 것보다 우리 옷도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 조금이나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런던으로 결정했어요.

그렇다고 세일즈를 멈추지는 않아요. 밀라노랑 파리는 매년 하고 있어요. 컬렉션 자체로는 방향을 틀었지만요. 근데 몰라요, 런던도 받아줘야 말인 거니까.(웃음)

그렇게 밀라노 외에 다른 곳에서 뜨면 재밌어질 거 같다.

/ 그래서 밀라노에게 복수(?)도 생각하고 있고.(웃음)

그래도 국내 디자이너들 중 가장 완벽하게 해외 시장에 자리 잡았다는 평이 있다.

/ 해외 세일즈들에 대한 개념없이 시작했을 때는 맨땅에 헤딩이었죠. 처음에는 옷만 가져가면 되는 줄 알았어요. 파리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후즈 넥스트 국제 패션 박람회’를 갔는데 여성복 페어였던 거죠. 거기에 남성복이 덩그러니 가있으니 얼마나 웃겨요. 사실을 알고 다시 남성복 페어에 바로 신청해서 갔는데 거기서도 가격이랑 오더장 등을 받는 라인시트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전출지에 가격 써서 옷에 붙여놨으니 전혀 개념이 없었죠.

그런 걸 몸소 체험하다 보니 하나하나 지식이 쌓이고 경험이 쌓여서 단단해지기 시작한 거 같아요. 그러다 연결되고 하다보니 바잉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퍼지게 됐던 거죠. 오히려 누가 가르쳐줬으면 이렇게 못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경험하면서 터득하니까 절대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올해 디그낙과 강동준의 목표.

일단 올해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작년에 아홉수에 삼재여서 그런지 원형탈모에 시달릴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올해는 환기하려고 이사도 왔어요. 더 가깝고 일하기 편한 곳으로 자리도 잡았으니 예전처럼 행복하게 일 했으면 좋겠다, 그 정도가 목표인 거 같아요. 해외도 그전처럼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고. 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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